건프라 사진찍기(5) - 거대한 건프라 공작

오늘은 사진의 주인공인 건프라 공작에 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즉 거대감있는 사진촬영을 위한 건프라 만들기이죠. 다만 제가 건프라를 다시 만들어본지가 1년도 안되고 딱 두개 만들어본게 전부라 경험에서 할얘기가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으니 양해를 미리 구합니다. 다분히 이론적이거나 뜬구름잡는 얘기로 끝날수도 있지만 그냥 지금껏 하던대로 끄적거려 보겠습니다.

1. 최적해상도(optimized resolution)와 고주파 디테일 (high frequency detail)

지난 글에서 해상도, 특히 축적에 최적화된 해상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저 아리까리한 원리를 어떻게 건프라만드는데 써먹을것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일단 전체적인 원리는 흠.... '밍숭맹숭'입니다 -_-; (날로 먹으려는게냐? 무신소리냐?!)
첫번째 글에 보여드렸던 1/35 vs 1/100 육전형 건담의 팔입니다. 기준으로 삼는 MG모형에 새겨진 몰드나 패널라인은, 보시다시피 최적해상도에서 거리가 멉니다. 작은 디테일은 생략되고 패널라인은 두껍게 과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위의 두 모형은 정확한 원본을 재현한 축소모형이 아니라 2차원 그림을 입체화하며 현실적인 디테일을 창작해 넣은, 두가지의 다른 해석을 대표한다고 볼수도 있으므로 단순히 1/100 모형이 1/35모형에 새겨진 디테일을 생략했다고 말할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몰드의 사이즈나 분포정도 등 디테일의 밀도를 비교해보는것은 여전히 유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두 모형이 같은 원본을 지향한다고 가정하고 디테일이 더 많은 1/35을 기준이라 상정하여 적정 해상도를 가진 1/100 모형을 유추해보겠습니다.
축소된 1/35팔의 패널라인을 진하게 만들기위해 전체 컨트라스트를 높였습니다. 애매하던 작은 점들이 도드라져 보입니다.즉 일반적인 진한 먹선의 패널라인을 원한다면 그만큼 작은 몰드들을 추가해야 전체 균형이 맞게됩니다. (컨트라스트를 높였지만 패널라인은 여전히 흔히보는것 보다는 얇은 상태이죠)
반대로 작은 몰드등을 생략된 상태를 원한다면 위의 모형을 실눈을 뜨고 보듯 보면 됩니다. 자잘한 디테일은 거의 사라지고 대신 패널라인역시 대단히 희미한 상태가 됩니다. 패널라인만 있는 MG의 팔에 추가 디테일 작업없이 먹선 작업을 하려한다면 기본색보다 아주 조금만 진한 먹선을 넣어 거의 보일듯 말듯하게 해야 균형이 맞는게 됩니다.

이와 같이 눈을 희미하게 뜨거나 조명정도에 따라 모형표면에서 쉽게 사라져 보일수 있는 작은 디테일 몰드의 역할이 패널라인과 더불어 해상도 최적화에 중요합니다. 저런 자잘한 디테일을 편의상 앞으로 고주파(high frequency) 디테일이라고 부르죠. (역시나 공식적으로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적절한듯 해서 제 맘대로... ^^; )건프라의 해상도에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이 고주파디테일의 처리입니다.
제가 보기에 젤 괜찮아 보이는건 역시나 그냥 1/35 모형의 사이즈를 줄인 버젼. 작은 몰드는 보일듯 말듯하고 패널라인은 꽤 희미하고 얇습니다. 고주파 디테일은 눈에 확 띄기보다 저렇게 있는듯 없는듯 하는것이 무의식적으로 스케일감을 더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갑자기 밝은 원색의 줄무늬를 한번 넣어줘 봤습니다. 큼직한 저주파(low fq) 디테일의 추가라고 불수 있죠. 나머지는 다 같지만 강한 액센트의 추가때문에 이전보다 작은 몰드는 덜 눈에 띄는 미묘한 효과가 있습니다. 밍숭맹숭하게 만든다는 것은 저주파 패턴의 강한 액센트를 되도록 자제함으로써 고주파 디테일이 스케일감을 주는 효과를 최대한 살리려는 것입니다.

캐릭터 모델을 생각해보면 강렬한 원색의 의상, 진한 얼굴 이목구비 등등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방향으로 만드는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건프라를 캐릭터성을 억제한 거대구조물에 가깝게 묘사할수록 현실감있는 촬영 목적에는 좋으므로 MS를 최대한 중립적인 캔버스로 만드는것이 좋습니다. 스타워즈의 거대전함들 대부분이 색상이나 형태가 대단히 단순한 대신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고주파 디테일 몰드를 통해 사이즈를 인식하기 좋도록 만들어진 그야말로 '거대감을 위한 디자인'의 전형인데, 그 원리를 빌어오는것이라고나 할까요.
단순한 형태에 각종 디테일로 거대감을 강조하는 스타워즈의 디자인 스타일..
두부고 31미터쯤 되는, 일반 MS보다 좀더 큰 자유의 여신상. 거대로봇을 현실적으로 상상해보려면 전혀 연관 없어보이더라도 저와 같은 거대 인형구조물의 레퍼런스도 어느정도 도움이 됩니다. 거대구조물은 거의 무채색의 단일한 톤으로 밍숭맹숭한게 일반적이고 자연스럽습니다. 확대해서 자세히 보시면 조각조각 맞춰진 부분의 미세한 패널라인이나 각종 웨더링효과가 거대한 사이즈를 짐작케 해주는 역할을 하는 고주파 디테일입니다. 역시나 자세히 챙겨보기전엔 눈에 띄지 않으면서 무의식적인 레벨에서 거대감을 주는데에 기여함을 알수 있습니다.

고주파 디테일의 적극적 활용은 근래 최신작 건프라에서 더 도드라집니다. 특히 2.0 건프라들은 구판과 비교하여 변화를 보기 좋습니다.
너무 과감한 패널라인을 막 넣던 1.0에 비해 2.0은 절제된 패널라인과 증가한 각종 몰드등으로 고주파 디테일을 증가시켰습니다. 그렇다고 충분하다고 보여지진 않고 자쿠가 좀더 점박이가 되어도 좋을것 같습니다만 적어도 구판과 비교했을때 더 바람직한 방향임이 분명합니다.
단순한 형태의 넓은 면적이 많은 겔구그에 박힌 작은 점들이 더 효과적이네요. 자쿠보다 고주파 디테일에 더 신경쓴 흔적이 보입니다.
PG스타일 그대로 새겨진 작은 몰드점들과 자잘한 데칼 덕에 마크2 2.0의 작례는 가끔 PG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퍼스트건담 2.0 때문에 더 이상 고주파 디테일을 활용하는 반다이의 제품화경향이라 말하기 머쓱해져버렸지만 퍼스트2.0은 애니에서 갓 나온 원작회귀의 특별한 예외 케이스라고 생각할랍니다. ^^; 대신 바로 전세대인 페담에서 이미 고주파 디테일 활용의 방점을 찍었지요.
페담... 패널라인보다 작은 점들이 더 분포한 종아리 아래부분의 거대감이 특히 더 훌륭합니다. (2.0은 그냥 모른척한다)

아무튼 이와 같은 관점에서의 건프라 공작법을 살펴보자면...
1)먹선은 얇게 - 먹선을 넣으려면 바탕색보다 약간 진한색정도로 하는것이 좋습니다. 키트의 패널라인이 이미 너무 굵긴하지만 퍼티로 매운뒤 다시 리인그레이빙을 하지 않을 우리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단순히 패널라인 색을 옅게 함으로써 라인자체가 얇아진듯한 효과를 낼수가 있습니다. 패널라인을 직접 파넣어 줄때도 직접 파느라 들인 수고때문에 눈에 잘 띄게 진하게 만들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희미하게 해주는것이 성숙한 모델러의 자세...(응?)
넓대대한 겔구그에 패널라인과 몰드들을 잘 버무린 멋진 작례. 키트자체의 라인과 몰드와도 융화가 잘 되고 패널라인도 참 얇고 샤프합니다.

2) 도색은 되도록 단일한 톤으로, 채도는 낮게 - 쉽게 말해 RX-78-3 G3나 제타플러스C1 처럼 무채색에 단순한 컬러스킴이 훨씬 좋습니다. 실제 병기다운 사실감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똑같은 인간형물체를 사람보다는 거대한 석상의 느낌쪽으로 끌고 가려는 소박한(?) 노력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말한 밍숭맹숭하고 뉴트럴한 캔버스로서 MS의 몸체엔 무채색이 좋습니다. 고로 건담물의 원 설정색은 쓸만한게 거의 없다는! (건담팬들 우루루 밟고 나간다 ^^; ) 설정색을 살리고자 한다고 해도 채도를 확 떨어트린 흐리멍텅한 색이 좋습니다. 페담의 파스텔톤 컬러를 생각하시길.
한동안 율점님의 사진시리즈에 자주 등장했던 G3건담 일명 쥐삼이. 판테라님의 작품이고 현재 율점님이 소장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한정판 G3페담도 나온다지만 아무튼 페담과 G3칼라의 결합은 거대감에 이상적이라고 보여집니다. 페담의 오버스런 패널라인엔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만 퍼스트건담의 디자인을 최대한 현실적인 느낌으로 해석하기위해 가해진 이미지적 과장으로 효과적입니다. 퍼스트 건담은 애초에 단순한 형태의 몸체와 복잡한 형태의 얼굴간의 디자인밀도가 언밸런스해서 얼굴에 더욱 집중하기 쉬운데(주인공 다운 디자인인건가) 저런 미세 디테일이 온몸에 퍼져있으므로 그 효과를 상당히 중화시켜줍니다.
위의 사진을 파란색의 채도를 줄이고 패널라인을 얇게 포토샵에서 조정한 사진. 흠.. 별차이 없군요 (원래 미묘한 효과라니깐요) -_-. (이미지를 사용하도록 허락해주신 율점님 감사합니다)

3) 데칼은 되도록 작은 사이즈로
지난 글에 링크해드린 자쿠러님의 글을 보신분들이라면 현재 건프라의 데칼이 기본적으로 오버사이즈라는 지적을 기억하실겁니다. 고증상의 문제와 더불어 역시 희미한 패널라인과 같은 선상에서, 데칼은 큼직한것을 많이 붙이기 보다는 작은것을 여러개 붙이는것이 본체에 스며든 고주파 디테일로서 거대감을 향상시키는데 좋습니다.(결국 버카의 데칼지옥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것?) 특히 Caution경고문등의 빽빽한 글이 알아보기 힘들만큼 작은것들이 좋지요. 자잘한 데칼들이 많고 큰 데칼은 아주 아껴서 한 두어개만 넣는것이 좋습니다. 한마디로 열씸히 데칼을 많이 붙였는데도 별로 표가 안난다-라는 약간은 허탈한 결과가 더 바람직합니다.
데칼이 각부에 퍼져있는 형태의 한 예입니다. 사이즈는 그래도 약간 크고 눈에 잘 띌라고 붉은색인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빨간 데칼들을 눈에 덜띄게 채도를 죽였습니다. 좀더 몸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고주파 디테일의 역할을 해줍니다.
역시나 자잘한 데칼로 뒤덮힌 싸이코 막투.. 그렇지만 40m급 대형기로서 제대로 하려면 새하얀색보다는 옅은색으로, 크기도 더 작으면서 두배정도 더 많이 뒤덮었어도 괜찮았을겁니다.

4) 웨더링 역시 한듯 안한듯
웨더링이란 어떤 물체에게 지나간 과거를 더해주는 일입니다. 관절부 사이로 흐르는 기름때, 장갑에 새겨진 피탄자국, 노즐 근처에 생긴 그을린 자국등 과거의 이야기를 몸에 써붙이고 다니며 실제적인 시공간속에 존재했노라는 구라를 치는거죠. 실제 MS들에 생길법한 웨더링에 대한 고찰은 자쿠러님 글에서 보셨을테고, 그러한 고증적 정확성을 잘 모르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거대한 물체가 더럽혀진 느낌으로 맞추는것이 좋습니다. 과장적으로 하더라도 1/35 밀리터리 모형 사이즈에 적용할만할 웨더링을 그대로 1/100에 적용하는것은 모형을 오히려 작게 보이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을것이고, 같은 효과를 1/3이하로, 아니 면적으로 따져야하니 1/9이하로 해야하며 이 경우에도 웨더링효과는 고주파 디테일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므로 한듯 안한듯 미묘하게 적용하는것이 더 좋습니다. 뭔가 지저분한것 같은데 왜 지저분한지 콕 집어내기 어려우면 좋달까요. 잘 생각해보면 사실 패널라인의 먹선이라는것도 패널들 사이에 때가껴서 진해진 것을 묘사한 일종의 웨더링의 하나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고로 패널라인이나 웨더링이나 미묘하게!

(다만 웨더링을 한듯안한듯 엹게 한 작례는 찾아보기 힘드네요. 웨더링 자체를 한 건프라 작품이 적기도 하고, 또 했다하면 확실히 잘 보이게 하는게 정석이기 때문이겠죠.)

5) 메탈부품은 자제
아주 작은 사이즈의 메탈비즈를 군데 군데 박아넣는것은 고주파디테일을 증가시켜서 좋습니다만 큰 사이즈의 물체인 로켓노즐이나 스파이크, 자쿠의 동력선등을 메탈제부품으로 갈아주는 것은 거대감엔 별로 도움이 안되는것 같습니다. 도색안된 메탈부품은 축소된 메탈재질의 거대물체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메탈파트 자체처럼 보이기 쉽고 도색된 다른 부분들에 비해 튀어 전체적인 균형의 측면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메탈비즈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작례. 신마츠나가 전용 겔구구 멋집니다.

패널라인 먹선이든 몰드나 메탈비즈를 추가하는등의 디테일업 작업은 절제가 중요합니다. 특히 공을 많이 들이는 미세한 디테일작업은 남들이 더 잘 봐주기 바라는 마음을 갖는게 자연스러워 전체 해상도의 측면에서 과장되거나 튀는 결과를 가질수도 있으니 전체 균형과 최적화된 해상도를 위해 숲전체를 생각하고 볼줄아는것이 중요하고 하겠습니다.




2. 캐릭터와 탑승용 병기간의 정체성혼란 - 얼굴과 콕핏

두번째로는 해상도나 고주파디테일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시 모빌수트의 디자인자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F-14톰캣.. 벌써 퇴역해서 참 아쉬운... 근데 이 톰캣을 캐릭터라고 상상했을때 얼굴에 해당되는 부분이 어디라고 느껴지시나요?

얼굴과 콕핏, 이 두가지는 MS에서 빠질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얼굴이 있다는것으로 MS의 거대한 인간형병기 아이덴티티가 완성됩니다. (즈고크 처럼 머리통이 따로 없더라도 얼굴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할수 있죠) 한편 조종사가 타는 콕핏이 있으므로서 MS는 캐릭터가 아닌 탑승용 병기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됩니다. MS의 헤드나 토르소 제품들의 인기에서 보듯 머리=MS로서 받아들여지고 곧 MS의 캐릭터성을 정의해주는 반면 콕핏은 실용적인 이유를 제쳐두고라도 MS의 캐릭터성을 중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지는 중요부분입니다. 즉, 얼굴과 콕핏이라는 두가지 필수요소는 캐릭터와 탑승병기의 MS의 두가지 정체성을 상징하며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관계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톰캣을 억지로 의인화시켜 생각하면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람이 탑승하는 콕핏이 차지하는데, 거대로봇에서는 이것이 두가지로 분리된것입니다. 레이즈너처럼 머리에 콕핏이 있는 경우라도 마찬가지인것이 우리는 여전히 레이즈너의 얼굴은 따로 인식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전투기 - 콕핏머리의 거워크 - 로봇머리의 배틀로이드로, 마치 현실병기에서 판타지스런 SF 병기로의 점진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듯한 마크로스 VF시리즈의 변신은 다른측면에서 또한번 탁월합니다.)
설마 그런 심리적 뉘앙스도 고려하여 고안된 변신 시퀀스일까나....? 암튼 짱입니다.

지금 건프라작례하면 항상 얼굴이 중심이 된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고 제가 건프라작례가 병기보다 캐릭터적으로 접근된다고 말하는 바로 근거가 그것입니다. 그러면 탑승형 기동병기임을 내세우기위해 아예 머리통을 없앨것이냐 하면 그것역시 우리가 원하는게 아니죠. 인간형병기의 정체성은 곧 MS의 존재의 이유이니까요. 하지만 건담의 MS들이 인기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바로 캐릭터와 탑승병기 사이의 그 미묘한 줄타기를 최초로 시도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거대로봇캐릭터이면서 현실적인 병기인, 그 두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려는 첫번째이자 끝까지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시도이죠. 제가 보기엔 어쩌면 건담의 MS들은 이 미묘한 줄타기와 긴장 자체가 곧 매력포인트이고 그래서인지 지금처럼 캐릭터성이 주로 부각되는 시류는 약간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사실적인 건프라 사진을 찍는데에 이 캐릭터-병기의 밸런스를 다시 중간점으로 가져오는것이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현실감있는 사진촬영에는 머리와 얼굴이 도드라지지 않게 만들어진 작례가 유리합니다. MS의 머리는, 특히 건담류의 경우 두눈과 혓바닥(?)등의 이목구비때문에 캐릭터성이 더 강한 디자인인데다가 눈에 LED를 넣어 발광을 시키는등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작례들이 많죠. 하지만 이를 약간 자제하여 머리를 몸체의 일부분처럼 보이게 만드는것이 캐릭터성을 억제하는데 좋습니다. 자쿠의 디자인이 우수한 이유중의 하나가 머리부분에만 복잡한 디자인이 집중되지 않아 전체적인 균형이 더 잘 잡히고 머리가 전체의 일부로서 더 자연스럽게 융화가 된다는 것 같습니다. 이런면에서는 또 짐이 건담보다 우수한 디자인이랄수 있구요. (단, 짐은 카리스마가 너무 억제된게 조금 아쉽습니다. 역시 자쿠가 딱)

콕핏을 반대로 도드라지게 만든다 - 이건 참 애매하긴 합니다. 콕핏은 심리적으로 거대병기와 탑승자 인간의 연결점이 되며 둘간의 크기차이와 같은 관계를 부각시켜줍니다만 외형이 단순하고 파일럿이 탄 조종석 자체는 몸체내부에 깊숙히 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콕핏 해치를 열어두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데 MS옆에 사람을 세워두는것 만큼의 스케일 레퍼런스 효과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이 탈것이라는것을 넌지시 다시 상기시켜주는 효과는 좋습니다. (그런면에서 콕핏이 아주 싱겁게 쬐금 열리는 백식보다는 좀 왁자지껄하게 열리는 마크투가 좋네요^^)
그런데 항상 열어놓을수는 없는 노릇이니 닫아놓는 경우가 더 많을텐데 닫혀있더라도 콕핏에 정성을 들이는 작례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패널라인이나 먹선등의 디테일작업에 공을 더 들이고, 마치 얼굴부분에 공을 들이듯 콕핏을 다루는, 약간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일듯 합니다. 저 역시 해본적도 없고 실제로 어떻게 할지도 아이디어가 없어서 더이상 얘길하긴 곤란하네요. 저로서는 우선 덩그러니 열어놓는것 이외엔 별로 생각나는것이 없으니깐요 ^^; (이런 무책임한...)
사진의 구도로서 콕핏을 얼굴만큼 혹은 얼굴보다 부각시키는것도 좋습니다. 콕핏이 (마치 무슨 입처럼) 활짝 열리면서 얼굴을 반쯤 가렸는데 일부러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그외에 콕핏 해치에 각종 디테일 작업을 더해준것도 효과적이구요. 저렇게 만든 실력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까요. (엉뚱한 결론..)
맨날 콕핏이 열린채 사진찍히는 제 두 MG 건프라들 (수술도 아니고 맨날 이렇게 배를 열어젖히냐?)


로우앵글의 또 한가지 잇점이 MS의 얼굴을 덜 강조해주는 효과가 있다는것입니다. 저렇게 콕핏까지 열어놓으면 가려지기도 하지요.
그외에도 아예 촬영시 얼굴이 사진프레임 가장자리에 거치거나 바깥쪽에 나가버리는 좀더 적극적인 구도도 있습니다. MS의 얼굴을 가려버리는게 목적이 아니라, 있는듯 없는듯 넌즈시 제시하는것이 목적입니다. MS자체를 주인공이 아닌 배경요소인듯 제시하는것과 마찬가지로 MS에서도 가장 시선이 먼저가는 얼굴부분을 무관심한 척 대하는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옅은 얼굴화장(?)이 도움이 됩니다.

건담과 파일럿과 그 연결점인 콕핏. 캐릭터와 병기 사이의 긴장은 이 한장의 일러스트에도 있습니다.

맺으며 - 주객의 전도

"건프라를 뭐 이렇게 답답스럽게 따져가며 만들어야하는가, 내 마음에 들게 그냥 멋지게 실력이 미치는데까지 만들면 안되는것인가?"

물론 얽매일 이유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시리즈 전체는 마치 실물 MS를 사진으로 포착한듯한 시각효과적 사진을 목표로한, 약간 오바스러운 방향성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극도의 사실적 이미지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열거한 부분들을 일일이 신경써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건프라를 즐기려고 사진을 찍는것이지 사실적인 사진을 위해 건프라를 만드는것이 아니고, 모형을 만들지 영화 미니어쳐를 만드는게 아니지요. 이 연재글도 완벽한 시각효과 사진을 만든다기보다 그것을 위한 각종 원리들을 생각해보므로써 지금 수준보다 조금더 사진의 현실감을 높이는것이 사실 진짜 목표입니다. 50인데 75로 가기 위해 100을 올려다 보는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므로 지난번과 이번글에서 나열된 원리들에 얽매여 건프라 만들기의 즐거움을 손해볼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야할 원칙이라기 보다는 방향성으로 생각해서 그쪽으로 갈수록 거대감에는 도움이 된다는 참고사항정도로 생각하시면 되지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가장 자신없던 '건프라 만들기 파트'를 이렇게 어물쩡 마치도록 하고 다음번 글 부터는 포토샵을 이용한 각종 합성 및 특수효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자주 쓰이는 빔샤벨 효과 (위 작품명은 '화기엄금'... ㅎㅎ 농담)
격납고 내부의 다중조명을 흉내내보려한 합성사진. 퀴즈가 있습니다. 저 사진을 위해 제가 몇개의 조명을 사용했을까요? 정답자는 추첨을 통해 포인트 리셋의 행운.... 퍽!

계속 장황함에도 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

지난 글들 보기

by 노타입 | 2008/09/16 13:30 | 만들기 | 트랙백(1) | 핑백(6) | 덧글(11)

트랙백 주소 : http://plafan.egloos.com/tb/202682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at 2014/03/11 00:27
Linked at 플라팬 : 건프라 사진찍기(6.. at 2008/09/20 05:38

... 건프라 사진찍기(1) - 모형사진 vs 모형사진 건프라 사진찍기(2) - 모형잡지의 영향 건프라 사진찍기(3) - 현실감 건프라 사진찍기(4) - 해상도 건프라 사진찍기(5) - 거대한 건프라 공작 지난번 글 퀴즈의 정답을 공개하겠습니다. 위 사진에서 제가 사용한 조명은 이것 한개입니다. 반사경등은 사용하지 않았구요.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대략 ... more

Linked at 플라팬 : 건프라 사진찍기(6.. at 2008/09/21 14:55

... 건프라 사진찍기(1) - 모형사진 vs 모형사진 건프라 사진찍기(2) - 모형잡지의 영향 건프라 사진찍기(3) - 현실감 건프라 사진찍기(4) - 해상도 건프라 사진찍기(5) - 거대한 건프라 공작 건프라 사진찍기(6) - 포토샵 - 빔샤벨효과 part1 ... more

Linked at 플라팬 : 건프라사진 시리즈 at 2008/11/16 09:22

... 건프라 사진찍기(1) - 모형사진 vs 모형사진 건프라 사진찍기(2) - 모형잡지의 영향 건프라 사진찍기(3) - 현실감 건프라 사진찍기(4) - 해상도 건프라 사진찍기(5) - 거대한 건프라 공작 건프라 사진찍기(6) - 포토샵 - 빔샤벨효과 part1 건프라 사진찍기(7) - 포토샵 - 빔샤벨효과 part2 to be continued... ... more

Linked at 플라팬 : 건프라 사진찍기(1.. at 2009/04/25 02:00

... 글건프라 사진찍기(1) - 모형사진 vs 모형사진 건프라 사진찍기(2) - 모형잡지의 영향 건프라 사진찍기(3) - 현실감 건프라 사진찍기(4) - 해상도 건프라 사진찍기(5) - 거대한 건프라 공작 건프라 사진찍기(6) - 포토샵 - 빔샤벨효과 part1 건프라 사진찍기(7) - 포토샵 - 빔샤벨효과 part2 건프라 사진찍기(8) - 포토샵 ... more

Linked at 플라팬 : [건프라사진] 1/.. at 2009/06/13 04:08

... nbsp;저 건담은 사실적이고 거대한 건프라 사진을 위한 궁극의 레퍼런스 역할을 해줄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사진촬영뿐 아니라 건프라의 공작이나 도색을 할때 거대감을 위한 방향성으로 지난 글에서 제시했던것이 과연 어느정도나 유효한것이었나도 어느정도 확인되었다고 생각되구요. 거대감을 위한 건프라공작편에서 제시했던 몇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more

Linked at '랑주'의 GUNPLA 놀이~.. at 2011/02/08 01:55

... 톤을 쓰고 빼곡한 몰드를 새겨서 거대한 느낌을 강조하는... (음냘 잘 모르는 걸 가지고 떠들려니.. 머리에 쥐가!!! 여튼 여기서 본거 같아용.. 출처: http://plafan.egloos.com/2026824)각설하고 박스 사진 남깁니다.측면사진왠지 포스가 넘치는 작품사진... 상세한 Detail 측면 사진.개봉샷: 파스텔 톤의 뽀샤시한 부품 난무입니다. ... more

Commented by JOSH at 2008/09/16 13:55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고주파 라 하면 역시 어색한 감이 드네요.
고밀도 라고 하는건 어떨까요?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09/16 15:14
안녕하세요 Josh님
고주파(high frequency)라는 표현이 잘 쓰이는 말이 아니니 어색하긴 합니다만 별다른 표현이 생각 안나서 썼습니다. 어차피 이번글 말고 다시 등장할일도 별로 없을거예요 ^_^;

고밀도도 괜찮을듯 합니다만 뜻이 미세하게 달라질수 있을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런 작은 점박이들이 듬성듬성 흩어져있으면 고밀도라고 부르기엔 좀 애매해진달까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레이첼 at 2008/09/16 14:16
저런 특수효과 촬영도 간단히 할수있는 모양이군요..
요즘 읽는 소설의 삽화가 메카피규어를 저런식으로 찍어서 구성되있는데 정말;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09/16 15:18
안녕하세요 레이첼님
간단하다면 간단할수도, 복잡하다면 복잡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시각효과는 사실 80%정도의 수준까지는 생각보다 쉽게 할수 있는 반면 그 이후로 퀄리티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대단히 까다로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농담처럼 90%수준까지 시각효과 예산의 10%를 쓰고, 나머지 10%를 더해 100%의 퀄리티에 도달하기 위해 예산의 90%가 투입되는 일이 적지 않지요 ^^
Commented by 엑스탈 at 2008/09/16 17:14
최근에 건프라의 완성은 완성사진까지인 경우가 많은데,
쉽게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09/17 06:19
안녕하세요 엑스탈님,
산만하고 정신없는 글인데 도움이 되셨다니 감사한 말씀입니다. ^^
Commented by 박군 at 2008/09/16 17:50
결국은 무광에 무채색이라는 말이로군요;...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09/17 06:29
안녕하세요 박군님
무채색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요. 꼭 그래야한다는 공식은 아니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무채색 도색의 팬입니다 ^^
Commented by MontoLion at 2008/10/30 22:23
좋은글입니다. 보고 링크 추가해서 갑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Commented by GunPra at 2009/06/20 18:36
저도 건프라 조립하는게 취미인데 상당히 좋은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9/06/23 15:59
감사합니다. 저도 좋아하는데 요즘엔 건프라 전혀 손을 못대고 사진도 못찍고 있네요. T_T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