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아니메 메카의 3D화에 대해서

마크로스 제로와 프론티어를 보면서 마크로스가 건담 시리즈보다 진보적이라고 다시 느끼게 된면이 바로 메카의 3D 애니메이션화입니다. 개인적으로 3D 애니화된 메카의 움직임이나 액션등을 좋아하는 취향이라 더 그런것일수도 있지만, 3D 애니의 장점은 간과할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1. 디자인
일단 프론티어의 예에서 보듯 변형로봇을 3D로 만들경우에 디자인은 단순히 실루엣이나 외양을 캐릭터 디자인하는데에서 더 나아가 공업디자인적인 마인드로 각부위의 아귀가 들어맞게 모두 이뤄져야합니다. 물론 실물로 만들었을때만큼 완벽히 모든것이 들어맞는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변신과정중 팔길이를 몰래 바꿔치기한다거나 손크기를 키우는식의 속임수는 되도록 쓰지 않기 위해서 애초의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각부의 정합성을 고려해야합니다. 약간은 반다이의 건프라 CAD 디자인과 비슷한 맥락이 되는것이죠. 그래서 '디자인된 캐릭터' 만큼이나 '설계된 기계'의 정체성이 강해집니다.
게다가 작화의 용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훨씬 복잡하고 화려한 디자인이 경제성을 가지게 됩니다. 패널라인과 데칼도 얼마든지 달아줄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단 하나로만 존재하는 유일성을 띄게 됩니다. 설정화과 극중 작화와 일러스트레이션과 프라모델의 모습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일이 없지요. 그런 융통성은 캐릭터 메카의 즐거움이랄수도 있지만 그런 변용을 허용할수록 메카는 기계장치가 아닌 캐릭터에 가까워지기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그닥 아쉽지 않습니다.

손으로 그리기 버거웠을 복잡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작화붕괴없이 즐길수 있고,
액션샷 역시 극장판수준의 퀄리티가 TV연속극에서 가능해진다. 우왕~굿!

2. 애니메이션
3D애니메이션이 특별히 2D 애니메이션보다 더 쉽거나 더 어렵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두 영역의 도전거리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3D 애니메이션이 경제적으로 대량으로 만들기엔 더 유용한건 사실입니다.
일단 키 프레임을 잡아야한다는것은 2D 3D 모두 공통적인 과정이지만 3D는 그 중간과정을 컴퓨터가 알아서 계산해주기때문에 2D보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양의 영상을 만드는게 대체적으로 용이합니다. 게다가 한번 애니메이션한 샷을 또 쓰는 소위 뱅크샷의 경우, 2D는 똑같이 같은 장면을 그대로 써야하지만 (기껏해야 좌우 반전정도 하겠죠) 3D는 카메라의 위치를 바꿔가며 수십가지 장면으로 다양하게 써먹는것이 가능해집니다.
3D 특유의 딱딱한 느낌은 사실 아니메 메카 애니메이션이지향하는 바와 대체적으로 잘 어울릴뿐 아니라 2D 애니메이션으로 얻기 힘든 공간감은 대단한 장점입니다. 또 마크로스식 미사일 서커스 같은 경우 그 수많은 궤적을 파티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생성키시는것이 가능하고, 또 같은 파티클 시스템으로 머신건 트레이서 수천 수만개가 우주공간을 채우는 대서사시적 우주전투의 모습을 비교할수 없이 저렴하게 제작하는것이 가능하지요. 아무튼, 기계의 힘을 빌어 만들어지는 3D 애니메이션은 기계들의 전투인 메카 액션을 만들기에 타고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축소모형 상품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반다이의 V-25 제품도 작중에 등장하는 3D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을것이며 결과적으로 극중에 등장하는 기체를 곧바로 모형화한듯한, 즉 어떤 면으로는 실물 병기를 최대한 실측하여 정확하게 재현한 밀리터리 모형과 같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가지 실물을 목표로 제작된 축소모형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RX-78 건담이 입체화단계에서 수많은 '해석'이 첨가된 베리에이션이 존재하는것과 같은 일은 F-14을 모형화 할때는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그것은 '18m 높이에 이렇게 생긴 녀석' 이라는 그림 자료로만 존재하는 캐릭터와 (현실이든 가상이든) 3차원 공간에서의 정확한 수치데이타를 지닌 물체의 모형화에서 오는 차이점입니다. MG 건담 2.0이 원작 지향이라지만 사실상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매 프레임의 변화 만큼의 많은 원작이 존재하는 건담을 한가지 입체적인 모양으로 재현해낸다는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즉 원작이 수없이 많거나, 어떤 의미에선 정확한 원작이 없기 때문이죠.
극중에 등장한 건담이 이 것일까? 과연?



한편, 가토키 하지메가 그토록 오랬동안 건프라에 영향을 미쳤던 이유는 단순히 세련된 스타일의 리파인이 아니라
2D 디자인을 상당히 공간감적으로 하는 그의 능력때문이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디자인에서도 언급했듯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것은 캐릭터 모형으로는 아주 무미건조하고 심심해지는 단점일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소위 '리얼로봇'물을 어떻게 즐기고 싶은가의 취향의 차이에서 호불호가 갈라지는 지점이라 하겠습니다. VF-25 프라모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유에는 디자인 자체의 뛰어남, 마크로스 변형기들의 실로 오랫간만의 최신 프라모델화라는 의의 이외에도 3D 모델로서 정확한 '실물'이 존재하는 가상병기의 축소모형으로서, 조금 더 스케일 모형에 가까운 SF모형으로서의 매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물론 바로 그때문에, 아마도 VF-25는 한때의 베스트셀러로 끝나고, 건담은 계속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들과 모델러의 주관적 해석이 가미된 개조작들이 수없이 나오며 스테디셀러로 대를 이어가겠죠.
VF-25의 3D 설정화와 반다이 프라모델 작례 - 작동완구로 완성하기 위해서 가동에 제약이 사실상 없는 3D 모델과 달리
축소된 기믹등을 위해 어느정도 타협과 왜곡은 있기 마련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애니상의 3D 메카를 대단히 충실히 모형화
한것이 마치 실물 병기의 스케일모델화와 비견될만 합니다. 반다이의 기술력과 정확한 3D 데이터의 원본을 출발점으로
삼은데서 온 시너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4. 캐릭터 vs 병기
극전체가 3D로 만들어진 MS 이글루나 애플시드 같은 작품들은 애니메이션도 실사 영화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을 줍니다. 아무리 모션캡쳐를 썼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캐릭터를 3D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작업이거나 아주 힘든일입니다. 그래서 3D가 보급된후 나온 많은 2D 애니메이션들은 인물은 2D로, 주위 배경이나 탈것과 같은 무생물은 3D로 만드는 일이 흔합니다. 인간의 사실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대단히 예민해서 아예 실제 사람이면 사람, 캐리커쳐면 캐리커쳐이지 실제처럼 속이려드는 CG에 대해서는 평가가 냉혹해 집니다. 그래서 MS이글루와 같은 작품들은 애니메이션도 실사 아닌 디지털 인형극같은 나름의 장르로 정착하는것 같구요.
썬더버드에 나왔던 인형들과는 비교할수 없는 섬세하고 실감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오늘날의
3D 캐릭터들이 여전히 사람보다는 인형처럼 느껴지는것은 우리안에 있는 어쩔수 없는 필터의 장벽이랄까...


마크로스 F에서 인물은 그림이면서 VF-25와 같은 병기들은 3D로 표현되는것은 단순히 프로덕션의 경제성과 같은 실제적인 잇점 이외에도 메카들을 캐릭터가 아닌 기계장치의 위치로 굳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3D에 비해 2D 인물화가 훨씬 더 자연스런 캐릭터로 인지 되는 덕분이죠.

덕분에 거대로봇에게 거대로봇만한 캐릭터가 애증의 싸대기를 날리는 이런 요상한 상황에서도 미셸의
vf-25기가 캐릭터화될 위험은 매우 적습니다. (거참, 아무리 봐도 저 장면은...ㅎㅎ)


반면 최신작인 건담00에서 전함은 3D면서 로봇메카들은 아직도 수작업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마크로스와 달리 건담이 어떤 방향성으로 계속해서 생존해 나갈지가 엿보게 해준다고나 할까요?
"I'm so awesome!"  - 눈빛연기의 달인 건담

쓸떼없는 잡상의 결론은, 저는 메카의 3D화에 적극 찬성한다는겁니다. 건담의 경우도 이제 이 시리즈의 정체성은 분명하지만, 오래살아남는 아니메 프랜차이즈가 아닌 한번쯤은 초심으로 돌아가 군병기로서의 거대로봇이라는 현실성의 짜릿한 재미를 다시한번 맛보기 위해 마크로스 수준의 메카 무생물화(?) 정책을 과감히 펼쳐봐도 좋을것같단 말이죠. 저승사자 처녀귀신 나오는 디지털 인형극 말고 말입니다! ^^;

건담에서 가장 군병기 다운 자쿠도 열심히 (외)눈빛연기중!

by 노타입 | 2008/10/30 19:28 | 그냥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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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체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던... (어이, 그만하지?) PS - 3년전 마크로스 F 방영할때 3D로 처리된 메카들을 보고 썼던 글이 있습니다. [잡상] 아니메 메카의 3D화에 대해서 거기에서 3D 메카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변형로봇을 3D로 만들경우에 디자인은 단순히 실루엣이나 외양을 캐릭터 디자인하는데에서 ... more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8/10/30 20:21
자쿠는 보톰즈 짝퉁임. 애들이나 보는 건담 ㄳ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0/31 02:56
보톰즈가 자쿠보다 나중에 나온걸로 아는데 새로운 이론이군요! ^^
제 속에는 아직도 건담을 보고 재밌어하는 아이가 살고있습니다 ^^
Commented by 피오레 at 2008/10/30 22:08
건담 이글루는 3D 로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만... GONZO 가 블래스레이터와 이번의 라인배럴에서 3D 메카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을 잘 못잡으면 어떻게 망가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엉성한 움직임과 가벼움이란 정말이지;;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0/31 03:01
이글루의 경우엔 1기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전이 중심이라 그럭저럭 넘어간것 같구요 얼마전본 2기의 1화에서는 대단히 섬세한 중량감각을 보여줘야할 지상전이라 그런지 뒤뚱뒤뚱 뛰는 자쿠가 너무 부자연스럽더군요. 라인배럴은 못봤지만 상상이 가는것이 일본의 3D애니메이션은 지나치게 모션캡쳐 의존적이다 보니 거대로봇 특유의 스타일의 움짐임 대신 지나치게 사람같은 움직임이 나와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손으로 키프레임을 잡으며 작업하자니 중력전선의 자쿠처럼 망가진 애니메이션이 나오구요. 제작자들이 좀더 공부해야할 영역 같습니다.
Commented by MontoLion at 2008/10/30 22:11
확실히 CG와 작화... 둘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요.
마크로스와 같은 화려하고 샤프한 전투가 특징인 메카류라면 cg를 이용하는것이 더 어울리지만...
반대로 박렬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작화가 더 좋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은 작화쪽을 더 손들어주고 있습니다만...
둘을 적절히 이용하는것이 최고의 과제겠지요.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0/31 03:10
맞는 말씀입니다. 장단점과 지향점이 분명 갈라지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도 분명하죠.

다만 3D 애니의 경제성과 효율성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쓰이게 될것 같은데, 2D 애니에 작화붕괴가 있다면 3D는 상당히 질떨어지는 공장생산 스타일의 애니가 있겠죠. 마크로스처럼 나름대로 공을 들인 경우면 그 효과가 상당히 좋지만 '싼 제작비로 로봇 아니메를 쉽게 만들수 있다~' 는 프로듀서의 욕심이 퍼지면 전체 수준이 확 떨어지는 저질 3D 메카들이 판을 칠 수도 있겠죠.
결론적으로 2D 든 3D든 실력있는 사람들이 공을 들이지 않으면 질이 떨어지는건 마찬가지이지만 최소한 그림실력이라도 있어야하는 2D와 달리 훨씬 기계의 힘을 빌려 떨어지는 기초를 가지고도 시작할수 있는 3D는 긍정적인 포텐셜이 큰 만큼 하향평준화의 위험요소도 크다고 할까요
Commented by 샌드맨 at 2008/10/31 02:06
곤조의 경우 과거 디지메이션을 통해 반드레드를 낼때는 꽤 괜찮았는데 라인배럴은 평이 안좋더군요.
반다이도 MS이글루를 내고, 카툰렌더링 방식을 통해 이볼브 시리즈를 내긴 했지만, 역시 메인스트림의 정통시리즈로서 건담은 그방향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0/31 03:13
정통팬이 많은 건담은 역시나 클래시컬한 접근이 더 어울리는것도 사실이죠? 저만해도 좀더 뛰어난 3D모빌수트 애니메이션을 보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예전 작품의 메카들을 3D로 바꿔치기 한다면 거부감이 들듯하니 말이죠. 그래도 상승하는 인건비등 아니메 업계의 상황변화에 따라서 언젠가는 3D를 좀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될거란 생각은 드네요.
Commented by PG덴드로 at 2008/11/11 00:27
인간을 CG로 표현하는 경우 실사와 완벽히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비슷해지면 비슷해질 수록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걸 뭐라고 하더라...
어쨌건 그래서 내용으로 욕먹고 "뭐야 결국 CG네"라는 평가를 받았던 게 파이널 판타지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1/15 14:47
자꾸 보다 보면 그 자체로 하나의 스타일로 보게는 됩니다만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살아있는데 죽어있는... 살아있는 시체같은 이상한 느낌이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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